| 유럽 : 작업 진행 중
그렇다면 유럽은 어떤 모습이 될까? 여기에는 하나 이상의 대답이 있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은 유럽이 이제 유럽만의 안보 장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믿었는데, 이러한 낙관론은 보스니아 전쟁터에서 붕괴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유럽이 미국과 여전히 밀접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중부 유럽의 새로운 엘리트들이 강하게 주장한 바였다. 유럽 사람들 스스로도 어떤 유럽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진정한 연합론자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유럽의 꿈을 완성하는 강력한 연합을 통해 미국 및 일본에 대해 세력균형을 취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주권이라는 전통적인 깃발을 들고 행진하면서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서 유럽의 일반 대중에게서 상당한 지지를 얻기도 했다. 또한 그들은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의 엘리트보다 유럽 프로젝트에 더 비판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유럽 사람들은 경제학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고유의 유럽 사회 모델을 관리하는 데 국가 개입을 선호하는 경제통제 주의자들과 주로 영국 사람들이 주도한 자유시장주의자들, 다시 말해 세계 경쟁 환경에서 그러한 보호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며 철저한 경제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의견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과거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미래에 관해 토론했는데 정책 결정자들은 유럽 확대를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동구를 서구로 어떻게 끌어오느냐에 관한 구체적인 이슈에 직면해 있었다. 정책 결과로 보면 그 전략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2007년까지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이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는 그보다 하나 적은 26개 회원국으로 성장했다. 이 두 조직은 성장 과정에서 사교 클럽 같았던 예전의 모습을 변화시켰는데, 새로운 회원국들이 이득이 되는 만큼이나 골칫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원래 회원국들은 상당히 당황했다. 비판론자들은 유럽 확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두 조직은 핵심적인 의미를 사실상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들은 유럽연합이 그동안 확대에만 관심을 기울여 이제 통합의지는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냉전기 동안 유럽의 일부를 형성시켰고 유럽을 하나의 질서에서 또 다른 질서로 이행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이 제도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제도가 유럽에서 무정부상태를 해소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주의자들에게도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수행하는 중대한 역할은 제도가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체제에서 유럽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말해 주는 요소는 제도만이 아니었다. 여기서도 유럽 사람들의 시각은 하나가 아니었다. 몇몇 분석가들의 생각은 유럽이 대체로 '시민 권력'으로 남아서 그 가치를 확산시키고 모범이 되며, 주요한 군사적 행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더 강한 시각을 주장했다. 그들이 느끼기로 세계 경제에서 유럽의 중요성이 증가한다거나, 구유고슬라비아에서 유럽이 하나의 조직체로 행동하지 못했던 점이나, 미국과의 세력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는 일들은 유럽이 경성 권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1998년에 유럽안보방위정책이 탄생했고, 이후 2003년에 '유럽안보전략'이 발간되는 등 일련의 행동들이 뒤따랐다. 국경이 개방되고 멀리 떨어진 지역, 특히 빈곤 지역의 불안정한 사건들이 유럽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구론자의 시각에서 안보를 바라보면, 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상호의존의 논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새로운 국제적 역할을 정의한다고 이 역할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나 능력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았다. 유럽 사람들은 아마 더욱 강한 유럽을 원했을 것이다(물론 모든 유럽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브뤼셀에 군사력을 양도하기를 주저했다. 심지어 유럽연합이 세계 무대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직위들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리스본 조약도 수많은 논쟁을 거치고 나서야 2009년 하반기에 최종 통과되었다. 그러고 나서도 새로운 대외 정책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강력한 유럽의 역할을 촉진할지는 불분명했다. 유럽은 1989년에 냉전이 종식된 이후 긴 여정을 거쳐 왔을지 모른다. 유럽연합의 많은 지지자들이 주장하듯이 2000년대 말에 유럽연합은 사상 최다 회원국을 가지고 있고, 제대로 기능하는 독자적 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외국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어떻게 이를 실패나 위기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러나 유럽이 최종적으로 (만일 가능하다면) 자신들의 완전한 지구적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넘어서야 할 장애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유럽은 냉전 종식 이래로 그래 왔듯이 여전히 '작업 진행 중'이다.
> 요점정리
- 구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되었는데도 유럽은 냉전의 종식으로 미국만큼이나 혜택을 보았다.
- 냉전의 종식 이후 유럽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슈들에서 의견이 갈라졌는데, 그 주요한 이슈들은 유럽 통합의 정도, 경제 전략, 그리고 유럽연합의 대외정책에 관한 것이었다.
- 2003년에 나온 '유럽안보전략'은 유럽이 지구화 시대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 고민한 최초의 진지한 노력이었다.
- 리스본 조약은 2009년에 최종적으로 비준되었지만 유럽의 미래 대외 정책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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