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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론

[세계정치론] 오늘날의 지구화

by trulyforyou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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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의 지구화

존 그레이는 2001년 9월 11일에 벌어졌던 미국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을 세계 문제에서 새 시대가 열린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지구화 시대는 끝났다" 지구화된 테러리즘의 인지된 위협에 대응해 국가들은 국경을 봉쇄하려고 했다. 더욱이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여러 국가는 주요 산업들을 국제무역 경쟁에서 보호하기 위해 더 개입주의적으로 되어 갔다. 그 결과 무역, 금융, 투자의 흐름 가운데 어느 측면에서든 경제적 지구화 정도는 금세기로 전환되던 시점에 비해 의심할 여지 없이 축소되었다. 지구화 회의론자들은 이것을 자신들의 주장 근거로 삼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지구화가 매우 과장되어 왔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지구화는 19세기보다 훨씬 덜 상호의존적이며 여전히 지정학과 서구 자본주의에 지배당하고 있는 세계의 현실을 감추는 신화 또는 '개념적 오류'라고 결론 내린다. 반면에 많은 지구화론자에게 911테러와 금융위기는 21세기의 세계가 얼마나 지구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여기서 문제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지구화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회의론이 지닌 약점 가운데 하나는 지구화를 경제적 추세와만 합체시키는 경향이다. 이런 경향은 때때로 경제적 환원주의를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비경제적 추세와 경향들을 간과하거나 경미하게 취급한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화는 단일한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 생산, 문화, 범죄, 경제,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생활 측면에서 명백하다. 지구화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나 먹는 음식, 그리고 축적된 지식에서부터 불안정한 세계에 대한 개인적, 집단적 안보 의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생활을 이루고 있는 많은 측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지구화가 진행된다는 증거는 우리 주변 도처에 있다. 예를 들어 대학은 학생 충원에서부터 학술 연구를 유포하는 데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지구적 기관이다. 그래서 오늘날 지구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 정치에서부터 군사, 문화, 생태에 이르기까지 사회행위의 모든 핵심적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상호연계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그 뚜렷한 형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화는 사회행위의 모든 측면에서 다양한 강도와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어떤 영역에서는 다른 영역에서보다 앞서간다. 예를 들어 경제적 지구화는 문화적, 군사적 지구화에 비해 훨씬 더 광범위하며 집중적이다. 이 정도로 오늘날 지구화는 매우 불균등하다. 이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의 지구화?'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회의론자들과 반대로 지구화가 복합적인 다층적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함이 중요하다. 경제적 지구화와 문화적 지구화 형태는 동일하지 않으며, 서로 환원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한 영역에서 지구화 추세에 대한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한다면 이는 부분적이고 부정확한 해석으로 이어진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회의론자들은 911테러와 2008년 금융 위기가 가져온 파장 때문에 늦어지는 경제적 지구화를 보고 지구화가 끝난다고 예고했다. 이 해석은 군사, 기술, 문화 영역에서 가속되고 있는 지구화 추세를 간과한 것이다. 게다가 오늘날 지구화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인 점은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의 핵심 영역에 걸친 지구화 추세의 합류이다. 중요한 점은 지구적 불안정성과 군사적 분쟁에 직면해서 이런 경향들이 확실히 강력하다고 증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지구화의 형태는 불균등한 동시에 매우 비대칭적이다. 지구화가 보편성을 의미한다는 생각은 일반적인 오해이다. 지구화가 '지구적'이라는 것이 모든 지역이나 국가가 전 세계적 과정에 비슷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는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구화는 카스텍스가 '가변 기하학'이라고 한 뚜렷하게 차별적인 형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한 OECD 국가들은 극빈한 사하라 이남에 있는 여러 아프리카 국가보다 더 지구화되어 있다. 지구화는 불가피하게 매우 비대칭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모든 지역, 국가 또는 공동체에서조차 동일하게 경험되지 않는다. OECD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 내부에서도 많은 엘리트가 지구화의 선두에 있지만, 이 국가들에 사는 극빈자들은 지구화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에서 대체로 배제되어 있다. 지구화는 분명 배제와 포함이라는 지리학을 보여 주는데,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내부에서도 명확한 승자와 패자로 귀결된다. 가장 풍요로운 사람들에게 지구화는 축소되는 세계를 수반하지만, 인류 대다수에게는 심한 박탈감과 연계되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이 오늘날 지구화에 깊이 새겨져 있으므로 지구화를 비대칭적 지구화라고 묘사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런 비대칭성 때문에 지구화가 조화로운 지구 공동체 또는 지구적 협력 윤리의 출현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반대로 911테러가 비극적으로 보여주듯이 세계가 더 많이 공유된 사회적 공간으로 변모할수록 지구화가 만들어 내는 분열감이나 차별감, 적대감도 더 커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폭력은 1890년대에 나타났던 '신제국주의' 형태로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지구적 테러와의 전쟁' 형태로든 항상 지구화의 중심에 있었다. OECD 핵심 밖에서 지구화는 흔히 서구적 지구화로 인식되어 반지구와 운동가들이 벌이는 시위에서부터 다른 종족적, 민족적 공동체들이 지닌 고유한 문화와 생활양식을 보호하려는 경제적, 문화적 보호주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제국주의에 대한 공포와 반작용을 일으킨다. 오늘날 지구화는 더 협력적인 세계질서라기보다는 많은 측면에서 이미 있던 긴장과 분쟁을 악화시켜서 새로운 분열과 불안정을 일으키고, 잠재적으로 더 통치하기 힘든 세계로 만든다. 보다 최근에 지구화는 중국, 인도, 브라질을 주요 경제 권력의 지위로 이끄는 데 핵심 동인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정치에서의 역사적 세력 전이와 연계되어 있다. 이 세력 전이는 수 세기 동안 지속되었던 서구의 지구 질서 지배를 무너뜨리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지구적인 대응을 위한 핵심 무대로서 G8에 반하는 G20과 등장한 것은 가장 최근의 지구화 단계에 따른 경제 권력의 극적인 재분배를 보여 준다.